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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D 07

편지 감사합니다. physical letter가 아니라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는 일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뉴스에서 DHL이 민영화 되었다고 들었는데, 당신의 편지를 북한으로 보낸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됩니다. :) 
당신만 괜찮다면 앞으로도 저는 physical letter로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제가 편지를 쓰는 것을 좋아해서요. 최근까지 전 제가 Digital guy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Analog guy인 것 같습니다. 시작은 글씨체가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연필을 쓰기 시작했는데, 종이에 글을 적을때 느껴지는 질감이나 느낌이 좋더군요. 물론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손이 아픕니다. 하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답장은 이메일로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제가 가장 오래 사용한 이메일 주소는 stonegaze@me.com 입니다. stonegaze@iCloud.com으로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같은 계정입니다. 

저는 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당신이 하시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당신도 아시겠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완전히 옳고 그름이 나눠지는 것은 거의 없고 무엇을 결정하든 반드시 책임과 결과가 따르니까요. 스트레스가 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제 전문은 화상의 치료입니다. 그 중에서 특히 전기화상을 전문으로 합니다. 흔히 burn surgeon이라고 합니다. 저는 보통 몸 전체의 20%를 넘는 중증화상의 치료를 전문으로 했는데, 화상은 후진국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고 산업재해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보니 최근에는 환자가 거의 없습니다. 
1년에 3~4명 치료를 하는 정도입니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독일과는 많이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거의 모든 병원이 민간병원이고, 그래서 이 이유로 의사들은 언제나 매출의 압박을 받습니다. 저 역시 최근 화상환자가 거의 없어 다른 일 ( 탈장 수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장의 천공이나 소장의 천공,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수술하고 있습니다. 외래에서는 피부에 생긴 농양도 치료하고 발톱도 뽑습니다. 여기까지 들으시면 제가 Hausarzt라고 생각할 것 같지만 정식 외과 전문의는 맞습니다. 주로 하는 업무가 수술이고 이 일이 저의 전문분야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자괴감과 같은 것은 느끼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인생의 모습은 다른 것이고 남들보다 무조건 뛰어나야 행복한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행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우리나라는 섬이라고 불러도 문제가 없는 나라라서 육로를 이용한 여행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이고 북쪽으로는 50만명의 군대가 지키고 있으니까요.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재에도 두 나라의 정찰병들이 몰래 군사분계선을 넘나들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71년에 태어나셨나요? 그렇다면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기억하게 계시겠군요. 저는 79년에 태어났습니다. (제 생일은 1979년 6월 20일입니다) 
그때 저는 초등학생이었는데 TV에서 사람들이 공구를 가지고 장벽을 부수던 것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그때 저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사람들이 울며 서로를 끌어안던 장면은 참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이 사건이 단순한 오보에서 시작된 것이고 이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정말 멋진 일이었습니다. 
한국은 아마 불가능할 것입니다. 한국인 대부분이 전쟁을 원하지 않고 만약 북한의 체제가 붕괴한다면 통일이 되기 저에전에 중국이 안보를 이유로 내려올 것이니까요. 아마 앞으로 수십년은 이대로 유지될 듯 합니다. 

다시 여행이야기로 돌아가서, 육로를 이용해 국경을 건넌것을 예전에 체코에서 폴란드로 간 것이 유일합니다. 폴란드에서 학회가 있었는데 가족과 함께 체코-폴란드-프랑스를 갔습니다. 당시에 독일을 경유할지 고민을 했는데 가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네요. 독일에 편지 친구가 생길지 몰랐거든요. 
저도 해외에 가면 그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관찰하고 경험하고 싶은데 호텔이 없는 경우가 많으면 정말 곤란할 것 같습니다. 저는 호텔을 이용하는 여행에 너무 익숙해져서 당장은 어떻게 여행해야 할지 상상이 안되네요. 하지만 그런 여행은 여행기간동안 조용히 그 지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정말 멋질 것 같습니다. 

전 최근에 아마추어 무선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흔히 HAM이라고 부르는데 무전기를 이용해 불특정 다수와 대화를 하는 취미입니다. 수년전에 무선사 자격을 받았는데 재미가 없어서 그만두었습니다. 딱히 할 이야기도 없고 요즘은 인터넷이라는 더 대단한 문물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수년간 방치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그저 자랑하고 싶어서 입니다. 엉뚱한 이야기지만 저는 현재 3급 무선사인데 1급 자격증을 받을 생각입니다. 네, 심심해서 하는 것도 있고 자랑하려는 목적입니다. 1급이면 멋져 보이니까요. 무엇이든 잘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혹시 잘 하게 되면 지구 반대편까지 교신이 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에 미국의 아마존에서 미국의 HAM을 위한 교재도 세 권이나 샀습니다. 전파와 관련된 법령은 한국의 것을 알아야 하지만 나머지는 역시 미국의 자료가 나아서 그렇습니다. 벌써 한 권은 다 읽었습니다. 
사실 이 취미를 다시 부활시킨 ㅁ것은 요즘 심심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주식투자도 안정적인 수준에 접어들어 이제 무엇을 더 공부하는 것 보다 최신 뉴스를 보고 포트폴리오를 조금씩 변경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습니다. 거기다 아내와 딸이 처가집으로 이사를 가서 퇴근하면 혼자있는 시간이 늘어나 그런것 같습니다. (심각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음 편지에 설명하겠습니다) 

편지를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오늘은 당직근무라서 32시간을 일해햐 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