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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

내 친구 디터에게. 

잘 지냈어? 음력으로 2026년 1월 7일의 편지야. 생각해보면 음력은 평소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다가 설날이 되면 꼭 다시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아. 
이번 겨울은 지난해보다 조금 더 추웠던 것 같아. 거의 한달간 매일 영하 10도에서 15도 사이를 왔다갔다 했거든. 그러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다시 따뜻해졌는데 오늘 다시 영하의 기온이 되었어. 하지만 며칠 더 지나면 다시 따뜻해지겠지. 다음주 목요일인 3월 5일이 되면 본격적으로 따뜻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이 날은 동지에서 74일째 되는 날인데 한국에서는 경칩驚蟄/kʌŋ.tɕʰip̚/ 이라고 불러. 한자의 뜻은 "겨울잠을 자던 생물들이 잠에서 깨어난다"는 뜻이고 본격적으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야. 그때가 되면 밖에 다니기 한결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나는 최근 한달동안 몸이 좋지 않았어. 예전에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적이 있었는데 계속 무리해서 일을 하던 시절이었고 바이러스가 신경 말단이 아니라 조금 더 깊은 곳까지 침투해버렸어. 그리고 이후부터 컨디션이 떨어지면 계속 재발을 반복하고 있어. 이번에도 약 한달동안 날씨가 많이 추웠는데, 당직을 하는 당직실의 기온이 너무 낮아서 재발과 완화를 반복했던 것 같아. 우스운 것은 증상이 너무 미묘해서 약을 늦게 먹었다는 것이야. 아무래도 내 몸에 살고 있는 바이러스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약해진 것 같아. (웃음) 

이번 편지를 받으며 나는 독일에 2010년까지 징병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 내 마음속의 유럽에 대한 생각은 유럽은 징병제가 없는 나라였거든. 독일이 가지고 있는 아픈 역시를 배제하더라도 한국에 사는 사람들 상당수는 유럽의 국가들은 모병제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독일 역시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네가 Zivist에 대해 설명해 주었을때 조금 놀랐어. 
한국의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사용하고 있어. 현대에 와서는 이 기준도 다소 완화되어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휴전상태인 국가이다보니 최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더 많은 병사를 모집하는 쪽으로 움직여 왔어.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병역거부가 인정되지 않아. 대신 한국에서는 징병검사의 결과를 1급에서 7급까지 나누고 있는데 4급이 나오면 군대를 가는 대신에 사회에서 근무하게 되어 있어. 나로 예를 들자면 나 역시 징병검사에서 4급이 나왔고 군대에 입대하는 대신에 의료시스템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지방 오지에서 3년간 근무를 했어. 우스운 것은 만약 내가 징병검사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군대에 잡혀갔을 것이라는 점이야. 군대의 징병검사는 가장 기초적인 검사만 진행하기 때문에 나쁜 급수를 받기 위해서는 검사 대상자가 스스로 자신이 군대에 입대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해. 그리고 한국인들 역시 군대에 입대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자신의 건강상태가 나쁘다는 증명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군대와 관련해서 최근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우리 옆 나라인 일본의 이야기야. 최근 일본에 총리가 된 사람은 타카이치 사나에라는 여성이야. 이 사람은 예전부터 극우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던 사람인데 2차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평화헌법"을 개정해서 "보통국가"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그리고 이 사람이 이번에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총리가 되어 일본 헌법 9조의 개정 (국제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 포기와 육해공군 등 전력 보유 및 교전권 불인정을 명시한 조항)을 추진하고 있어. 여기까지는 과거 피 식민지였던 한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불쾌한 느낌일 뿐인데, 재미있는 점은 이 과정에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야. 
이번 타카이치 사나에의 총리 당선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20대의 지지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해. 그리고 그들은 일본이 보통국가로 가는 것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고. 그런데 우스운 것은 이 총리를 지지하는 그 누구도 헌법 개정 후에 일본이 징병제로 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더라. SNS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통국가가 되는 것에 찬성하지만 징병제가 되면 나는 군대에 가지 않고 도망갈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해. 그게 가능이나 할까? 너도 징병제가 있었던 시절에 병역을 마쳐서 알겠지만, 병무를 담당하는 국가의 부서는 구 소련의 KGB보다도 강력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한국의 병무청 역시 어떻게 개인정보를 수집하는지는 몰라도 한국 남성이 입대를 해야하는 연령이 되면 지구 반대편에 숨어 있어도 징집영장을 보내더라. 그리고 대답하지 않으면 수사관이 잡으러 오고. 
미국에는 그런 농담이 있잖아. 만약 우리가 무인도에 떨어져 구조를 요청할 방법이 없다면, 해안가에 거대한 미키 마우스 그림을 그리라는 말이 있어. 그러면 인공위성을 통해 그림을 확인한 디즈니의 변호사들이 소송을 위해 무인도에 찾아올 것이라고. 한국의 경우? 한국의 경우에 입대 연령의 남성이 무인도에 떨어지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 소집일에 나타나지 않으면 수사관이 알아서 무인도에 찾아올 것이니까. 농담이긴 하지만... 아무튼 현재 일본 총리의 지지층은 헌법이 개정되고 징병제가 되면 이후 자손들에게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을지 모르는 것 같아. 군대는 누구든 가고 싶어하지 않는 곳이니까.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일본이 보통국가가 되고 전쟁이 가능한 나라가 되더라도 큰 흥미는 없어. 어차피 한국과 일본은 사이가 좋든 나쁘든 간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한국의 입장에서는 일본이 역사시대 이후로 계속 한국의 실효지배 영토였던 독도라는 작은 돌 섬에 대한 군사적 압박만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아군이 늘어나니 좋은 일이야.
다만 한가지 개인적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세상에 무기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 무기를 사용하고 싶어져. 그리고 몇 번 사용하다보면 무기가 가지는 강력한 효과에 매료되게 되지.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면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고. 가뜩이나 이곳 동북아시아는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고 있는데 어떤 나라이든 점점 더 군사력이 커지는 것은 솔직히 걱정이 돼. 무기가 많아지면 써 보고 싶어지니까 말이야.

에휴. 무서운 얘기를 너무 많이 했네. 즐거운 이야기나 하자. 

최근에 나는 문장학에 대한 책을 몇 권 구입했어. 발단은 아주 단순해. SNS의 어떤 친구가 "편지를 손으로 쓰는 것을 좋아한다면 씰링 스템프를 사용하는 것은 어떤가요?"라는 질문을 했어. 그리고 씰링 스탬프에 대해 알아보다 문장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