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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가족

어제 아내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딸아이의 친구는 엄마가 스마트폰 사용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너무나 스마트폰이 가지고 싶은 나머지, 자신의 용돈을 모아서 번개장터라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오래된 LG전화기를 하나 구매했다고 합니다. 그걸 자기 집으로 받을 수는 없으니 딸아이의 이름을 수령인으로 해서 주소를 우리 집으로 기입해 택배를 받았다는데요.
딸아이가 그걸 친구에게 줬고, 그렇게 그 친구는 Wifi를 이용해 엄마 몰래 스마트폰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들켰지요. 
들키고 나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 친구가 엄마에게는 제 딸아이가 줬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가 추궁을 하니, 제 딸아이가 자기 대신 대리점에서 사서 갖다 줬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엄마가 친구의 스마트폰을 다 살펴보다 제 딸아이와 그 친구, 그리고 다른 아이의 대화내용을 보았나 봅니다. 대화 내용에는 비속어 음담패설, 심지어 사진 같은 것까지 올리고 그랬나 봅니다. 

저녁에 딸아이가 집에 왔길래 아내 대신 제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세한 사정을 들으니 그 친구는 급한대로 둘러대며 딸아이의 이름을 이용한 것이고 실제로 딸아이는 대신 택배를 수령해서 전해준 것이 전부이더군요. 그리고 그 대화내용. 그걸 들켰다고 느낀 순간 딸아이의 멘탈이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렸습니다. 

간신히 진정시킨 후 딸아이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선 다른 사람의 물건을 대신 받아주는 행위는 친구 사이라서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친구가 딸아이를 이용해 위법한 물건을 대신 수령하게 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심지어 대신 구매를 해주는 경우에는 브로커가 되어 위법한 일이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내용은... 내용 자체에는 엄마와 아빠는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부모나 어른들에게는 이야기하지 못하는 자기들만의 이야기가 있을 수 있고 친구들과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걸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딸아이의 스마트폰 내용을 감시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이번 일과 같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며, 같이 놀던 친구중에 한 아이가 사이가 나빠지면 대화내용을 악용해 딸아이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해 줬습니다. 

많이 충격을 받은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해는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제 딸아이도 예전에 유튜브 보는 것을 너무나 하고 싶어해서 한동안 많은 고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 어느정도 성숙해졌다고 생각해서 딸아이와 이야기를 한 후에 그런 제약들을 풀어줬지요. 
개인적으로는, 부모가 자식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시킬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친구들과의 사적인 대화내용까지 열어보는 것은 지나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수의 엄마들은 "당연히 열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는데, 사실 저도 자라면서 부모님 모르게 이상하고 나쁜 짓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아이를 통제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심하게 말해 자식은 언제나 부모를 속여먹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친구들과의 대인관계에서 어른이 될 때 필요한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는 것이니까요.

아무튼 딸아이에게는 이 문제로 친구나 친구의 엄마를 비난하진 말아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냥 창피하고 힘든 일이지만 내일이 되면 또 괜찮아 질 것이라고요. 이것 때문에 사이가 나빠지길 바라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인간을 키우는 일은 많은 어려움이 있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