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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채권과 그 친구들

오늘은 채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채권은 "돈 빌려줬다는 증서"를 어렵게 말한 것입니다. 
흔히 회사들이 발행하는 어음이나 일반인들이 돈을 빌리고 주는 차용증서랑 같은 것입니다. 채권이라는 돈 빌림증에는 여러가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 액면가 : 증서 한장에 얼마인지 빌린 돈의 액수가 적혀 있습니다. 보통 10,000원입니다.
  • 만기일 : 돈을 언제까지 빌린다는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 표면금리(쿠폰) : 연 금리로 몇 %인지가 적혀 있습니다. 
  • 이표 : 원래 채권에는 이자를 받을 때 쓰는 딱지가 붙어 있는데 그걸 이표라고 합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 이표를 떼어 주면 해당하는 채권에 대한 이자를 받았습니다. 그게 아직도 이름만 남아 있는 것인데요, 보통 이표채라고 하면 이표에 적힌 기간마다 이자를 받게 됩니다. 이자주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산상으로 알아서 줍니다. 

채권이라는 것은 국가/지방정부/공공기관/기업/은행 등이 돈을 빌리기 위해서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빌려야 하는 금액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한군데에서 모든 돈을 다 빌릴 수가 없어서 만 원단위 딱지로 만들어 사람들이 쉽게 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천 억을 빌리려고 했을때 A은행이 300억 빌려주고(300억치 채권을 사고), B은행이 500억 빌려주고, C 회사가 200억을 빌려줄 수 있지요. 아무튼 채권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이곳저곳에서 돈을 쉽게 빌리기 위해서입니다. 

채권은 대단히 간단합니다. 그냥 채권(Bond)라고 적힌 종이딱지에 "우리는 이 채권을 가진 사람에게 만기일까지 몇 %의 금리로 돈을 빌립니다. 이자는 몇 개월 단위 이표로 드립니다" 라고 적혀있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채권을 산다라고 하면 국가, 지방정부, 공공기관,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만기가 올 때까지 이자를 받다가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는 것이 전부입니다. 네. 개미보다 못한 우리가 이런 거대한 애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죠. 

채권의 특징

채권은 물가와 금리에 대한 이해가 조금 필요합니다. 
세상의 모든 돈은 사실 종이에 나라에서 특수 잉크로 "얼마"라고 적어 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종이 쪼가리는 물가가 변하는 것에 따라 그 가치가 매년 조금씩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보통 물가는 매년 조금씩 상승하지요. 

물가가 오른다는 말은, 종이 쪼가리인 돈은 그대로인데 실물인 물건의 가치는 조금씩 오른다는 뜻이고, 반대로 말하자면 돈의 가치가 물가상승률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올해 초에 10,000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올해 물가 상승률이 2%였습니다. 그렇다면 연말에 만원짜리의 종이돈의 가치는 9,800원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돈으로 따지고 보면 이해가 확 되실텐데, 만약 어마어마한 크기의 돈. 예를들어 1,000억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네. 연말에는 980억의 가치밖에 남지 않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20억이 날아간  것이지요.

이렇듯 우리는 돈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언제나 물가상승률 이상의 이자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빵꾸난 돈의 가치만큼 매꿔주질 않으면 저금통 속의 돈처럼 계속 그 가치가 작아지니까요. 채권의 경우도 동일한데, 채권의 액면가인 10,000원은 매년 물가상승률이 2%라면 그 퍼센티지 만큼 가치가 계속 떨어집니다. 첫 해에는 10,000원이었던 채권의 실제 가치는 1년 후에는 9,800원이 되고, 다시 다음 해에는 더 떨어지겠지요. 결국 채권도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그 가치가 하락하게 됩니다. 발매시 10,000원 이었다고 실제 가치가 만기까지 10,000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네. 적혀 있는 숫자는 바뀌지 않지만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계속 줄어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결국 이 특징을 정리하면 채권은 발매일부터 만기일까지 이표로 받을 수 있는 예상이자와 물가상승률에 따른 돈의 가치 하락으로 끝임없이 액면가보다 실제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특징은, 채권의 금리는 고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금리가 고정되어 있다는 말은, 채권이 만기가 될 때까지 돈을 빌린 쪽이 망하지 않는 한 무조건 채권에 적힌 표면금리대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지금처럼 고금리 시대에 5%짜리 채권을 샀는데 기준금리가 내린다면? 네. 은행금리는 계속 떨어져 예금이자는 낮아지지만 채권의 이자는 불변하기 때문에 우리는 만기가 될 때까지 고금리로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채권의 등급

모든 채권은, 채권시장이라고 부르는 곳에 상품으로 올라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안전할 것 같은 곳의 채권을 사는 형태로 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기업이 있으니 이 회사들이 나중에 돈을 잘 갚을지, 갚지 못할지 전부 다 아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돈을 빌리려는 곳의 신용등급이라는 것을 매기게 됩니다. 

보통 이 신용등급이라는 것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1년에 1회 신용평가회사들이 회사의 재무재표를 보고 판단해서 등급을 매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 등급에 따라 위험도가 높을수록 스프레드라고 부르는 위험등급에 따른 가산이자가 더 붙게 됩니다. 네, 하이 리스크니까 하이 리턴을 해야 해서요. 

신용등급은 나라마다 조금 다르지만 세계적인 회사인 피치와 무디스에서 정한 등급과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AAA- 까지는 투자적격등급(돈 갚을 가능성이 매우 높음)이고 BB+ ~ C등급까지는 하이일드(돈 갚을 능력이 애매한 대신 이자를 많이 줌)이며, D는 부도난 회사의 채권입니다. 

Moodys.png

Fitch.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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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한국의 신용등급입니다. 

한국의 경우도 위의 신용등급에 따라 모든 채권은 가산금리(스프레드)가 추가됩니다. 

Spread.png

보시면 아시겠지만... 등급이 떨어지면 떨어질 수록 금리가 올라가지요? 이걸 가산금리(스프레드)라고 합니다. 

이 등급은 신용평가기관이라는 곳이 자기들 목숨을 걸고 매기기 때문에 아주 큰 오차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신용평가기관은 자신들이 매긴 등급이 맞지 않아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 순식간에 신용을 잃고 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사기를 못 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가끔 등급에 따라 RF(Risk Free)등급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이건 국채를 말합니다. 왜 Risk Free냐면, 모든 국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자신들의 화폐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가마다 "아 몰라! 배 째!" 하며 돈을 안 갚겠다(모라토리움)고 하는 나라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진짜 아무도 그 나라와 거래를 안하게 되기 때문에 그 나라는 망하게 됩니다. 네 세상의 모든 자원이 국내에 다 있지 않으면 100% 망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채는 설사 디폴트(당장 돈을 못 갚겠어요! 좀 미뤄주세요!)를 선언할지언정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고 아예 안 갚는 경우는 없습니다. 정말 안 갚으면... 1) 국제거래가 불가능해지고 2) 경우에 따라 채권국가의 침공을 당하게 되며 3) 아예 원시시대로 돌아가게 됩니다. 네.. 돈에는 용서가 없습니다. 

채권투자의 위험성

보통 채권은 위와 같은 위험등급이 표시되어 있고 이 기준으로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간단하게 돈을 빌려줬을 때의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네, RF등급, AAA ~ BBB- 등급까지는 투자적격등급(IG 등급)이라고 해서 돈을 빌려줘도 세상이 엉망이 되지 않는 한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금리가 낮지요. 그리고 BB+ ~ C등급 까지는 하이일드채권이라고 해서 돈을 못 갚아 원금을 날릴 수가 있는 대신에 금리가 매우 높습니다. D등급? 그건 우리가 건드리는 것 아니에요. 
아무튼 우리가 직접 채권을 산다고 하면, AAA+ ~ BBB-까지의 채권을 사게 될 것이니 대부분의 경우 안전합니다. 네, "대부분의 경우" 안전합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경우"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그래도 은행에 예금한 것보다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원금을 날릴 수 있습니다.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 뿐이지만요. 아시겠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등급이 높았던 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바보짓을 해서 등급과는 맞지 않게 돈을 못 갚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다음해 신용등급 판정시기가 와야 등급이 떨어지므로 신용등급을 100% 믿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네, 아무리 비교적 안전하다고 해도,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언제나 돈을 빌리는 녀석이 잘 갚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채권을 왜 사고 팔고 하나요? 

아까 말씀드린 채권의 두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채권에 적혀있는 돈의 숫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실제 가치가 계속 하락한다는 것과, 그럼에도 채권의 표면금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만원에 산 채권의 표면금리가 3%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 채권이 나오고 나서 금리가 왕창 떨어져 1%까지 내려갔다고 한다면 이 채권의 가치는 채권의 만기때까지 3% 이자를 받을 수 있으니 시중금리보다 2% 이득이라는 말이 됩니다. 반대로 채권이 나오고 나서 금리가 왕창 올라서 5%가 되었다면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것 보다 이걸 팔아서 5%짜리 채권을 사는 것이 이득일 겁니다. 
실제로 이러한 계산에는 아주 복잡한 것들이 많이 포함되지만 기본은 이렇습니다. 그리고 이것만 알아도 충분할 것입니다. 

채권투자를 하는 방법은 

채권을 투자하는 방법은 세가지가 있습니다. 

  • 장내채권 :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은 못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위가...너무 커요. 기본이 억 단위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한 100만원어치 사겠다고 올리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 장외채권 : 투자금융회사들이 자기네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채권 중에서 쓸만한 것을 일종의 미끼상품 마냥 내놓은 것입니다. 대부분 안정적인 등급 대부분과 조금 위험한 등급 약간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괜찮을 것을 사면 됩니다. 단, 이러한 장외채권은 만기때까지 팔지 못하며 어거지로 팔려고 하면 손해를 많이 보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면 꺼낼 수 없다고 생각하셔요. 
  • 채권 펀드 : 전문적으로 채권을 팔고 사는 회사에 돈을 맡기고 알아서 관리하라고 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전문가들이 시장의 상황에 따라 불리한 채권은 팔고 유리한 채권을 사고 하면서 돈을 관리합니다. 여기서 알아두셔야 하는 것은, 채권 펀드의 수익률은 일반적인 펀드의 수익률과 조금 달라서 돈의 현재 가치를 표시합니다. 다시말해 100만원 넣고 나서 수익률이 -2%라면 내 돈의 가치가 98만원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손해인 것 같지요? 하지만 그 사이에 배당금(사실은 채권에 대한 이자)으로 받은 돈을 꼭 따져야 합니다. 

채권투자의 친구들 

채권 투자와 관련되어... RP라는 것과 CMA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냥 간단히 설명드리면 투자금융회사들이 우리가 맡긴 돈으로 회사채나 금융채 중에 잠깐 돈을 벌 수 있는 것에 돈을 넣었다 이자를 받고 팔고 뭐 그런 것입니다. 
이런 상품이 있는 이유는 투자금융회사들이 아무리 많은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돌아다니는 채권은 훨씬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와, 지금 이거 사면 이득이 되겠는데?" 해도 돈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때 잠깐 고객의 돈을 빌려 투자를 하고 거기서 나온 수익금을 고객과 나눠먹기 하는 상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상품은 상대적으로 다른 채권상품에 비해 안전하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집어넣은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투자금융회사들이 넣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망할 상황이면 걔네도 같이 망하는 것이라 진짜 안전한 곳에만 투자하기 때문입니다. 

채권 결론 

결국 채권은 공개적인 시장에서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 보다 훨씬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고 투자에 대한 위험도를 어느정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리고 채권은 언제나 은행이자보다 금리가 높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예금은 은행이 달라고도 하지 않은 돈을 우리가 맡기고 굴려달라고 한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이자를 많이 안 줍니다. 하지만 채권은 돈이 필요한 애들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잖아요? 그러다보니 당연히 시중금리보다 조금 더 부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채권의 금리는 은행금리보다 항상 높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전한 투자는 아닙니다. 보통 정도로 안전하지요. 누가 뭐라고 해도 원금을 날릴 수 있으며 예금보험공사가 보장해주는 예금보다는 위험합니다. 그럼에도 채권투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대부분 투자적격등급의 채권은 우리나라 유수의 기업이나 정부기관이기 때문에 망할 일이 거의 없다는 정도입니다. 

채권 조언

  • 해외채권 펀드가 제일 낫습니다. 국내시장은 너무 작아요. 
  • 채권의 장기 수익률은 5~10% 정도로 생각보다 안정적입니다. 
  • 투자적격등급의 채권은 망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 하지만 예금보다는 월등히 위험합니다. 원금손실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참고> 
모든 투자상품들은 원금보장이 되지 않습니다. 돈 다 날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은행이자보다 이율이 높다는 것은 위험도가 크다는 뜻 입니다. 절대로 잊지 마세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 
은행이자보다 높은데 "원금보장이 된다"는 말은 순도 100%의 사기입니다. 심지어 불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