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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장내채권 매매 1

장내채권은 KRX라고 부르는 한국거래소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채권을 말합니다. 지난번 장외채권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장내채권과 투자회사의 메뉴에서 볼 수 있는 장외채권은 동일한 상품입니다.

장내채권의 장점

기본적으로 장외채권과 동일한 채권이기 때문에 장내채권은 신용도가 더 높고 장외채권은 신용도가 낮고 그런 것은 없습니다. 다만 다음의 장점이 있습니다. 

  • 장외채권에 비해 가격이 쌉니다.
    동일한 시기에 장외채권으로 올라온 상품과 장내채권으로 올라온 같은 상품을 비교해 보면 가격의 차이가 상당히 납니다(심할때는 채권당 50원에서 100원까지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이 가격 차이가 보통 투자회사들이 말하지 않는 자신들의 수수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매수와 매도가 가능합니다.
    장내채권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상황에 맞게 채권을 팔고 사며 갈아타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만기까지 그냥 가지고 계셔도 무방합니다. 결국 장내채권을 장외채권과 같은 목적(만기까지 가지고 있기)으로 매수하신다면 더 싸게 사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장외채권의 매물에서 사라져도 한동안 장내채권으로는 매수가 가능합니다. 
    이 이유에 대해서는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장외채권으로 나오는 채권상품을 보고 있자면 비교적 최근에 상장이 된 것들이 많습니다. 이 말인즉슨 채권의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입찰 등으로 전체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전체 채권물량을 보유하게 된 회사는 한동안 채권시장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채권을 약간의 차액을 남기며 파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외채권은 이때 나온 것들을 투자회사에서 프리미엄 붙여 파는 형태로 보이고요. 물론 이건 제 생각입니다. 

장내채권의 단점

  • 거래단위가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딱 한 개의 채권(액면가 10,000원)을 사실 수도 있기는 하지만, 통상 천 만원단위로 매물이 올라오고 경우에 따라 억 단위로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데, 아주 소량을 시장가에 맞춰 매수하실 거라면 큰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아무도 내가 낸 호가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금 비싸게 사셔야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장외채권보다는 쌉니다. 

  • 매물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전문 채권투자자들도 하는 말이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채권시장은 규모에 비해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매물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시중에는 엄청난 양의 채권이 돌아다니고 있고, 모든 채권 거래가 KRX에 표시되기는 하지만 현재 거래중인 채권만 따로 확인하는 방법도 없는데다 미리 오프라인에서 투자자들끼리 가격을 결정한 다음에 잠시 매물이 올라오고 바로 매수를 하는 식도 있다보니 막상 채권을 사고 싶어도 무얼 어떻게 사야할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거래를 위한 HTS 프로그램들도 모두 주식시장에 초점을 맞추어 개발이 되어있다보니 장내채권에 대해서는 매우 부실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자금을 가지고 있어도 살 수가 없어 멍하게 천장만 바라보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문제는 금융시장에서 이자를 만들고 있지 않는 돈은 죽은 돈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가치가 떨어지니 미칠 노릇이죠.  

  • 매도와 매수 주문의 가격이 매우 견고하기 때문에 주식처럼 시장가보다 싸게 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장내채권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투자자들이 매수와 매도를 시장에 던져 놓고선 서로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양쪽 다 전문 투자자들이고 철저한 계획(계산)하에 매수와 매도를 하다보니 가격의 변동도 거의 없고 호가를 해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아예 살 수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 가격계산이 어렵습니다.
    장내채권의 호가 화면을 보면, 호가별로 "이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가지고 있을때 얻을 수 있는 은행 이자수익"을 자동으로 계산해서 표시하고 있지만 그래도 불안합니다. 거래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전문가들과 비슷한 견지에서 채권매매를 하고 싶은데, 단순히 이런 이자수익 표시만으로는 영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결국 매수나 매도를 하기 전에 스스로 적정가치를 계산해서 거래를 해야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매수와 매도를 할 수 있는 주식시장과는 달리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전부 복리계산이기 때문에 적어도 엑셀과 같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은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 거래 수수료가 있습니다.
    보통 채권거래는 채권의 잔존일수에 따라 수수료가 정해지며 잔존일수가 길면 길수록 수수료가 비쌉니다. 반대로 장외채권은 표면적으로는 수수료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 가격에 녹아 들어있습니다. 두 가지를 잘 따져 보셔야 합니다. 

장내채권 거래의 팁

  1. 채권의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셔야 합니다. 
    할인채, 단리채, 복리채, 이표채, 변동금리부채권(FRN) 등등 채권의 종류마다 계산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물론 모든 채권가치의 계산은 복리계산을 이용하지만 그래도 각 채권의 성격별로 계산하는 법을 공부하셔야 합니다.
    만약 다른 것은 도저히 어려워서 못 하사겠다면, 적어도 할인채와 이표채의 계산 방식에 대해서는 알고 계셔야 하며, 실제로 계산도 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계산을 못하면 "대체 왜 10,000원짜리 채권을 10,126원에 팔고 있고 또 그걸 사는거야?"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2. 시장 금리의 변동에 대해 주의깊게 관찰하셔야 합니다. 
    보통 정부나 경제연구소들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살펴보시면 어느정도 경제에 대한 예측이 가능합니다. 아주 간단한 논리이지만, 외부효과가 없다는 가정하에서 금리는 경기에 따라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합니다. 일본의 예에서도 아시다시피, 경기가 불황으로 가게 되면 정부는 기준금리를 낮춰 사업가들이 견딜 수 있도록 해주고 경기가 활황으로 가게 되면 기준금리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막으려고 합니다. 기준금리와 시장상황에 대해서는 각종 사이트나 한국은행 사이트 등에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으니 심심할때 꼭 읽어보세요. 여러가지 변수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봐도 어렵다고 느끼신다면 하다못해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보고서는 요약본이라도 꼭 읽어보셔야 합니다. 

  3. 언제나 시중 저축은행의 최고 금리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채권은 아무리 신용도가 높다고 해도 언제나 원금손실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금자보호법으로 보호되어 절대 원금을 잃을 일이 없는 저축은행의 최고 금리를 꼭 확인하시고, 저축은행에 정기예금을 들었을 때의 가치보다는 무조건 높아야 합니다. 그래야 의미가 있습니다. 

  4. 매수할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재무상황은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경영공시를 읽어 보시면 여러가지 내용이 있으며 주주총회 결과보고서도 잘 살펴보세요. 기업공개(IPO)를 했다는 것은, 그 기업에 대한 정보를 누구든 얻을 수 있다는 뜻이며 그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시면 현재 회사의 상황을 가늠해보실 수 있습니다. 직접하셔야 하고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5. 언제나 만기까지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계셔야 합니다.
    우리는 개미 다리에 난 솜털 수준의 자금을 가지고 있어 버퍼(여유자금)가 없다시피하고, 채권시장의 매물은 의외로 필요한 순간에 잘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악에는 채권을 갈아타고 싶어도 팔고 살 수가 없어, 만기까지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항상 하셔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턱대로 만기가 매우 긴 채권을 매수하시는 것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국채의 경우 보통 15년 만기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리 세금면에서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고민을 하고 결정하셔야 합니다. 진짜 팔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나마 팁이 있다면 (제가 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장외채권으로 매물이 나온 상품의 경우, 동시에 장내채권에도 매물이 있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특히 이 경우에는 매수와 매도가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품을 이용해 갈아타기가 가능합니다. 

  6. 채권거래의 시세차액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언제나 세금은 이자에 대해서만 부과됩니다. 만약 투자원금과 이자를 합한 것 보다도 채권의 시장가치가 오른다면, 그리고 갈아탈 수 있는 채권이 있다면 시세차액을 이용한 수익도 고려해 보세요.
    많은 책이나 기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채권의 장점"이라고 설명하는데, 실제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종종합니다. 왜냐면 매물이 없어요!

장내채권 거래의 자잘한 팁

  • 시중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시중금리가 내리면 채권가격은 오릅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원리입니다. 채권은 오직 표면금리로만 이자를 주기 때문에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으면 시중금리보다 이율이 낮은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반대도 성립하지요.

  • 신용등급별 스프레드의 간격이 넓어지면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떨어질 수록 가산이자(스프레드)가 붙는다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이 가산이자는 매주 새로 갱신이 되어 발표가 되는데요. 이 신용등급별 가산이자의 차이가 커지면 커질수록 경기가 나쁘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등급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채무불이행의 위험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가산이자가 붙는 것인데, 이 간격이 넓어진다는 것은 더욱 더 위험성이 증가했다는 뜻이니까요. 

  • 할인채는 이표채에 비해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할인채는 액면가보다 싸게 나오는 채권입니다. 이미 이자만큼을 떼고 파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만기가 되면 액면가를 그대로 줍니다. 이런 할인채는 통상 표면금리는 작은데 매수자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한 채권입니다. 왜냐면 :
    1) 액면가보다 싼 가격으로 채권을 사기 때문에 선이자를 받은 효과가 발생해 다른 곳에 투자하여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2) 통상 표면금리가 작기 때문에 표면금리가 높은 채권에 비해 세금을 덜 낼 수 있습니다. 

  • 이표채의 경우, 이자지급주기가 짧으면 짧을수록 채권의 가치가 높습니다. 나중에 실제 계산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같은 표면금리라고 하더라도 월이표가 분기별 이표보다 채권의 가치가 높습니다. 

  • 급하게 거래하실 필요 없습니다. 채권은 계산을 많이 하고 준비를 많이 해서 사는 물건이라고 생각하시고 천천히 판단하세요. 2~3일 차이로 가격이 폭락하는 일 따위는 없습니다. 그러니 충분히 고민하시고 결정하세요. 

장내채권 거래의 전략

채권을 운용하는 전략에는 크게 소극적(Passive) 전략적극적(Active) 전략이 있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적극적 전략은 채권 시장이 비효율적이라 보고 시장의 모든 정보가 현재의 채권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못하다고 가정합니다. 따라서 시장의 특정한 정보를 발굴해서 금리 예측을 통해 금리 방향성에 베팅을 하는 듯, 위험을 감수하면서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그에반해 소극적 투자전략을 금융시장이 기본적으로 효율적이라고 가정하여 모든 정보가 이미 현재의 채권가격에 반영이 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이용가능한 시장 정보로 초과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가설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전략에는 만기보유(Buy-and-hold), 채권면역(Immunization), 인덱싱(Indexing)등의 전략이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보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소극적 투자전략을 추구하는 편입니다. 애초에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면 주식이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은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여기서는 소극적 투자전략에 대해서만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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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의 운용전략.
Ref) 한국의 채권시장(개정판). p381. 한국거래소

만기 보유 전략(Buy-and-hold Strategy)

가장 기계적이고 단순한 전략입니다. 채권을 산 이후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채권을 매수한 이후 금리 변동을 예상하거나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으며, 표면이율대로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더 가치가 높은 채권을 매입할 수 없기 때문에 기회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금리가 하강하는 시점에는 기대이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흔히 장외채권을 구매하게 되면 원하든 원치 않든간에 무조건 이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됩니다. 

채권 면역 전략 (Immunization Bond Strategy)

채권의 면역 전략은 투자 기간과 채권의 포트폴리오 듀레이션을 일치시켜 시장금리의 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입니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편에서 설명드릴 채권의 듀레이션(Duration)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데, 간단히만 설명 드리면 채권에 투자된 자금이 회수되는 평균만기를 뜻합니다. 결국 채권 면역 전략이란 계획한 투자기간에 모든 투자자금이 회수되도록 하여 유동성 위기(갑자기 돈이 없는 상황)를 막기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전략의 장점은 :
첫째, 목표한 투자기간이 종료된 시점에 투자자금이 모두 회수되므로 종료시점의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있습니다.
둘째, 시중금리의 변동에도 채권 가치의 변동과 이자수익등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시장금리의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보통 신용도가 높은 채권을 대상으로 진행을 하게 되며 우리 같은 일반인들 보다는 특정 시기에 확실히 돈이 나갈 가능성이 높은 보험사, 연기금, 은행등이 주로 선택하는 전략입니다. 

인덱스 전략(Indexing Strategy)

이것은 인덱스 펀드와 동일합니다. 인덱스 전략은 채권시장을 대표하는 지수를 복제하여 채권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전략입니다. 이러한 인덱스 전략은 주식의 인덱스 펀드와 동일한 장점을 가지게 됩니다:

  1. 투자자는 가능한한 효율적으로 지수를 복제하는 것 이외에 스스로 시장 예측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2. 기본적으로 이러한 인덱스 전략을 사용하는 ETF나 펀드는 상대적으로 매매회전율이 낮아 거래비용이 적고 운용 수수료율도 낮습니다.

사다리형 전략(bond ladder Strategy)

가장 쉽게 말씀드리면 채권의 만기시기에 대한 분산투자입니다. 사다리형 전략은 시장의 전망에 관계없이 자신이 매수할 채권의 만기별 보유비중을 기계적으로 동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1년, 2년, 3년, 4년, 5년 만기의 채권을 전부 1 : 1 : 1 : 1 : 1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 전략에는 다음의 장점이 있습니다:

  1. 특정 회사나 분야에 몰빵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줄어듭니다.
  2. 만기가 전부 같은 비율로 다르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금리의 변동에 따른 이익과 손해를 평균내어 0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3. 기간별로 꾸준히 채권의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오고 다시 재투자되는 현금흐름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4. 갑자기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만기가 제각각이므로 비싸게 팔 수 있는 채권만 골라서 팔아 손해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실제 채권거래를 위한 이론과 계산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